회식자리에 가게 되면 처음으로 받는 질문이, “왜 술 안 먹어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종교적인 이유가 첫 번째죠.”
“내가 아는 목사 아들이 있는데, 술 정말 잘 먹던데요?”
주변에 있는 술 잘 먹는 기독교인은 왜 그리 많은지.
“한 잔만 먹어봐요. 술도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살아요?”
하지만 술을 먹는 그들이 나보다 더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학부 시절, 학과사무실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사무실 사람들과 교수님과 함께 회식했는데,
당연한 듯이 가벼운 술자리가 이어졌다. 교수님의 잔이 나에게도 왔고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교수님답게 성경 속에 나오는 포도주 이야기까지 하셨다.
대충 얼버무리며 어설프게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왜 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뭐라고 이야기하면 좋았을까?’
그때 고민 끝에 생각해낸 답은 이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할 필요 없지 않아요?”
사랑하는 주님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마실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에겐 ‘씨도 안 먹힐’ 이유였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사랑 앞에서는 어떤 논리도, 이유도 필요 없는 거니까.
하나님의 일을 할 때는 ‘사랑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했다.
책임과 의무로 하는 일은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우리가 어떤 대단한 일을 한들 완벽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어설프지 않은 것이 있을까.
결국, 사랑하기에 그 모든 것을 품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신 것을.
너무나 부족한 나를 알기에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