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염치없는너by 주아나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 안에 사랑이 너무 부족했다.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내 기도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충만해지게 해 달라고 나름 조건기도를 드리는 중이었다.

 

며칠 전이 설이였다.

시댁에선 사명이 며느리인지라 거실 한 쪽에서 열심히 전을 부치고 있었다.

그런데 형님의 지적이 자꾸 귀에 거슬렸다.

소고기 썰었으면 칼을 씻어야지.”

전을 부칠 때 젓가락과 숟가락을 동시에 사용해야지.”

전은 이럴 때 뒤집는 거야.”

 

고기 썰면 씻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친정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터라 20년은 넘게 내 손에서 전을 부쳤다.

딸 나무라듯이 말씀하시는데 우린 나이 차이도 두 살 밖에 안 났다.

그런데 내가 부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예 말도 없이 내 자리에 비집고 들어오시더니

내 전을 뒤집으신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전을 미신다. 그거나 접시에 올려놓으라는 표시다.

궁시렁 궁시렁 전이 어쩌구저쩌구……. 꼴불견이다. 게다가 명절 당일에도 내가 잠시 앉아 있는 꼴을 못 보시더니 밥 다 드시고는 그냥 앉아 있다. 나보고 치우고 설거지 하라는 암묵의 표시다.

음식도 어머님이 다 했는데……. 밉상이다.

 

명절 끝나고서 시댁에서 싸준 전을 보자 울컥 했다.

내가 부친 거나 본인이 부친 거나 똑같네.

짜증이 오른다.

 

설이 어영부영 지났다.

명절 증후군인가?

몸살과 코감기가 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들 주안이가 행동이 심상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주안이가 자꾸 손을 잡고 나를 귀찮게 한다.

한 번은 설탕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엉뚱한 길로 가더니 한참을 돌아갔다.

슈퍼 가자고 잡으니 눈을 한번 흘기더니 더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는 근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태워달라는 것이다.

욱 했다. 아픈 엄마 끌고 온 이유가 너 그네가 태워달라는 것이냐?

나도 반발심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화를 냈다.

너도 슈퍼 안 갔으니까 나도 그네 안 태워줄 거야 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주안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더니 또 앞을 향해 달린다.

, 저 녀석 마저 나를 힘들게 하는 구나.

오늘 행동이 참 밉네.’

냉전은 저녁이 다 되도록 계속 되었다.

둘이 싸움이 되는 것을 보니 내가 딱 그 수준인가 보다.

싸움도 수준이 비슷해야 이루어지니까.

이렇게 마음의 전쟁, 몸의 전쟁을 한창 치루고 자기 전에 마무리 기도를 할 때였다.

, 나 사랑의 기도 중이었지?’

이제야 조건 기도 생각이 나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상하다.

교회 지인도 인내를 주제로 기도조건을 드리니 오히려 화 낼 일이 더 많아서 곤욕이었다고 했다.

나도 사랑을 조건으로 기도를 드리니 미울 일이 더 많았다. 분명 하루에 세 번씩 기도드리고 사랑의 대한 성경 말씀도 열심히 보았다. 미운 마음 들 때마다 회개하고 노력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사탄이다!

사탄이 잡고 있어서다.

자꾸 나를 화나게 하고 미운 마음 들게 해서 스스로 사랑의 조건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사랑의 조건이 왜 이리 안 세워지나 이렇게도 해결해 보고 저렇게도 해결해 보았는데 나를 끝까지 방해하는 놈이 너 사탄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도 안 생겼구나.

바로 새벽에 주님께 천사 군대 불러달라고 기도드렸다. 아주 요절을 내 달라고 말이다.

주님과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사탄은 안 낄 때가 없다.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는 놈이다.

사랑 노력도 하고 사탄도 꼭 물리쳐서 주님과 핑크빛 러브라인 형성해야지.

 

 

조회수
11,325
좋아요
0
댓글
4
날짜
2/21/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