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라디오를 거의 듣는 경우가 없지만 중학교 때만해도 밤새가며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정말 인기가 많았는데 지방에는 주파수가 잡히지 않아서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프로그램은 ‘윤종신의 FM 인기가요’였다.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윤종신은 솔로 가수 데뷔 전이었고, 매력적인 목소리와 유머러스한 진행으로 나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늘 입버릇처럼 자신은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이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언니와 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듣고 싶은 노래를 녹음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고 지금도 그 때 녹음했던 테이프들이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LP판이나 테이프는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기에 좋은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DJ의 멘트를 잘 듣고 있다가 녹음하는 센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노래가 시작되는데 멘트를 하는 DJ가 가장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DJ 윤종신이 1집 앨범을 발매하여 TV에 나왔다.
언니와 나는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TV를 보았다.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멋진 DJ는 그곳에 없었다.
나의 상상 속에 윤종신 오빠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매력적인 모습이었는데...
웬 비쩍 마른 남자가 ‘제발 꿈이었으면~’을 열창하고 있었다.
그 후로 라디오 듣는 것에 흥미를 잃었는지도 모르겠다.ㅋ
지금도 윤종신 노래 중에 좋아하는 곡이 많지만 그때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요즘은 보이는 라디오도 있고, 방송 매체가 워낙 발달해서 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 때는 얼굴 없는 가수도 많았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었더니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