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장애 -이정명-by 도토리

장애

 

 

-이정명-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건너다가 휠체어를 탄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그를 보면서 '도움이 필요한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지나가지도 도와주지도 못한 채 주변을 서성거리다 '누군가 도와주겠지' 생각하며 그 곁을 지나갔다. 그런 내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면서 생각했다. '왜 나는 그를 도와주지 못했을까?' 어릴 적부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당장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서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회피하며 돌아서 버렸다.


아직 나에겐 '누군가를 돕는 행동'이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친구들이 내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기꺼이 나서지만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 나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들과 만나보고 이야기해 보면서 그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 할 것 같다. 실제로 겪어 보면 그들을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가까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과 행동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졌다. 생각에만 머물러 있는 내 봉사정신이 실망스러웠지만, '실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기에 한 번 두 번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에는 익숙하게 잘 할 수 있게 된다' 는 말씀이 떠올라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조회수
11,107
좋아요
0
댓글
2
날짜
2/22/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