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by 날개단약속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이정명-

 

 

한 달 전쯤, 월명동을 올라가는 입구에서 까치소리를 들었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 때문인지 까치 소리가 더 선명하고 경쾌하게 들리는 듯 했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 반가운 누군가가 올까?'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발걸음도 가볍게 오르막길을 뛰듯이 올라갔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까마귀가 울면 안 좋은 일이, 누군가가 죽거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는 것이다. '어떤 손님이 가장 반갑지 않을까?' 를 생각해 봤다. 반갑지 않은 것을 떠나 두렵기까지 한 손님이 바로 '죽음' 이 아닐까?


언젠가 [조 블랙의 사랑]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저승사자가 어느 성공한 사업가를 찾아와 그와 계약을 맺고 한정된 시간동안 인간이 되어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였다. 처음 저승사자를 만난 사업가는 놀라움과 두려움, 그 위압감에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되었고 영화가 끝날 즈음엔 서로 나란히 뒤돌아 걸으며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

 

저승사자를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다는 사실보다 이들이 나란히 걸어가던 마지막 그 장면이 마음에 남아서, 이 영화는 내 완소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업가는 자신의 딸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사랑뿐 아니라 삶도 그런 열정을 가지고 살길 바랐을 것이다. 그 자신 또한 그런 삶을 살았기에 그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내게도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나도 이들처럼 담담하고 여유있게, 웃음 띤 얼굴로 이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까? 후회도 미련도 없이 열정적인 삶을 살아내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상병 시인의 그 유명한 시 구절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 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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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17/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