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 전에 교회 지인과 단단히 오해가 생겼다.
지인은 내 말투에서 서운함을 탔고, 나는 지인의 행동에 서운함을 탔다.
사실 난 이유도 몰랐다.
지인이 하도 서먹하게 구는 탓에 뭔 일인가 알아보니 그 답이 바로 나였다.
딸이 아파 약속을 못 지킨 자신에게 내가 퉁명스럽게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나도 나름 억울했다.
그 약속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지인 가족의 몫까지 떠안았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나 보다. 난 기억에도 없는데…….
억울해. 답답하다. 나도 서먹하게 굴까? 무시할까?
며칠 동안 유치한 생각에 액션까지 취해봤다.
억울함이 가슴을 넘어 목덜미까지 올라왔을 때, 겨우 기도하게 되었다.
‘이제 기도 하냐? 너는 꼭 힘들 거 다 힘들어 하고서 막판에 기도하더라.’
‘헉, 핵심을 찌르셨네요. 그러게요. 근데 사실 기도가 망설여졌어요.’
‘왜?’
‘교회 지인이랑 어쩌구저쩌구 일이 있었거든요. 저 이번에는 진짜 억울하거든요.
둘 다 힘들었잖아요. 근데 혼자 힘들다고 저러니...근데 왠지 주님은 저에게 먼저 가서
화해하라고 할 거 같아요. 어휴, 여동생하고 싸울 때도, 신랑하고 싸울 때도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제가 해야 해요?’
주님께 한 동안 궁시렁 거리면 신세타령을 했다.
‘주님, 제가 마음 비우면 분명 일이 잘 풀릴 거라는 거 알아요. 그런데 이번 일은
마음이 잘 안 비워지네요. 휴... 주님, 요놈의 자존심 꺾어지지 않아요.
그냥 일이 자연스럽게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저는 기도만 하고 주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지켜만 볼게요.’
정말 위아래도 모르는 기도였다.
내가 무슨 정신으로 저런 기도를 했는지...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기도를 하고 나서 그 날 저녁에 나의 상황을 알고 있던 신랑이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안 풀었어? 그럼 내가 지인의 신랑한테 전화해볼까? 그 쪽 상황은 어떤지.”
“뭐... 그... 그래.”
한동안 전화를 한 신랑은 이런 말을 했다.
“지인도 약속을 못 지켜서 너무 미안했는데, 당신이 좀 냉냉하게 이야기하니까 너무 속상했데.”
“어머, 나도 속상하다고.”
“교회 옮긴지 얼마 안 되어서 어색했는데, 나이가 비슷한 당신이 제일 의지가 되고 편했다네.
그런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니까 실망감이 컸다고 해.”
‘나를 제일 의지했다고?’
나는 생각이 깊어졌다.
며칠 뒤, 수요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유아방에 지인과 딸아이가 오른쪽 벽에 앉아 있었다.
나는 아직은 어색해서 왼쪽 벽에 앉았다.
그런데 아들 주안이가 평상시에 가지도 않는 지인 곁에서 재롱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본인이 먹던 뻥튀기를 지인의 딸에게 주면서 같이 앉아 있었다.
지인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참,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혹시 주님의 의도?
다음 날, 내가 답답했던지 신랑이 다시 지인의 신랑과 통화해 보았다.
“지인이 근래 안 좋은 일이 많았데. 일이 겹치다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데.
그래서 교회 행사 가서 마음 좀 풀려고 하니까 딸까지 아파서 완전 마음이 다운이 됐나봐.
그래서 당신한테 많이 미안해 한데.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했다고.”
지인에게 뭔가 일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나도 괜한 사람한테 상처 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내 자존심이 우지끈 무너졌다.
그 날 지인에게 어떻게 문자를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오후가 다 되도록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자 문자 하나가 딩동 왔다.
“어제 인사도 못하고 왔네. 전에 딸 입원했을 때 너의 입장을 분명 이해했는데...
너가 제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해 와서 그런지 너의 첫 반응에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
너가 그러니까 왠지 이 교회에 내가 의지할 사람이 없구나...하고 외로움이 엄습...
지금은 괜찮아.^^ 나도 대인배가 못돼서 표가 난 것 같은데 뒤끝이 남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암튼 신경끄구 ㅎㅎ 교회에서 상쾌하게 보자구.”
아, 늦었다.
지인이 먼저 화해의 선수를 쳤다.
등 뒤에 주님의 사진이 걸린 액자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 잘했지?”
(기도의 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작 내가 할 일인데 주님을 여러모로 고생시킨 나의 액션들을 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