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by 날개단약속

 

 

나는 냉장고가 꽉 차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냉장고 한쪽에서 시들어 가는 채소들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그때그때 신선한 것으로 사서 2~3일 먹고 냉장실은 반 정도 만 차있어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냉동실은 마트 문을 닫는 시간, 폭풍 세일하는 물품과 그날 들어온 생선, 봄에 나오는 콩을 까 둔 것, 그리고 옆집에서 농사지은 유기농 열무 여러 단을 사서 데친 후 잘라 냉동실에 국거리로 묶어 얼려두는 정도다.


콩은 아이들이 싫어하니 껍질째 사서 아이들과 함께 까면 아이들도 재미있어하고 콩에 대한 거부감 없이 먹는 기회도 되고 때로는 우리가 농사지은 듯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기에 해마다 사는 정도이다.

 

그런 허전한 냉장고를 가진 내가 어느 날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동생이 생각나 무엇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물밀듯 밀려왔다. 같은 교회에 여러 해를 같이 다니면서도 한 번도 그렇게까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제어하기 어려운 적이 없었는데 ‘참,~ 되게 챙겨주고 싶네.~’ 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음식 재료들을 좀 나누어 주고 싶다고 혹시 무슨 기도를 했느냐 물어보니

깜짝 놀라며 말하길 집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너무 휑하니 먹을 것도 없고 몸도 피곤하여 자기 좀 챙겨달라고 냉장고도 좀 채워달라고 주님께 투덜거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거의 털다시피 해서 동생을 챙겨주게 되었다. 냉장고는 휑해졌는데 내 마음이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

 

나를 들어 그 동생을 챙겨주신 하나님 마음이 와 닿아 기쁘고 가슴 찡했다.
하나님이 우리 생활 가운데 얼마나 함께 하시는지 또다시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도 사랑의 눈으로 어디서나 나를 바라보시고 나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시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김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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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6/26/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