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참 덥고 길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는데 둘째를 유산하고 긴 옷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있는 나에겐
이 여름이 너무 잔인하다.
그래서 엄마냄새, 풀냄새, 여름 냄새 풀풀 나는 친정으로 갔다.
역시 고향은 좋다.
한겨울 날선 얼음꽃과 같이, 아픔으로 꽁꽁 언 내 마음과 몸이 사르르 녹고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흘러넘친다.
여름이지만 무척이나 바쁜 우리 엄마.
붉게 익은 고추를 따다 씻고 말리느라 엄마 얼굴은 빨갛다 못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늘은 녹두를 새벽부터 따와서 마당에 펴서 말리셨다.
오후의 강한 햇볕에 “탁, 탁, 톡, 톡, 탁” 무슨 소리지?
녹두가 바짝 말라서 깍지가 벌어지는 소리였구나.
녹두다!! 검고, 얇은 긴 껍질 속에 녹두가 알알이 박혀있다.
조금 후 엄마는 몽둥이 하나를 가져오시더니 벌어지지 않은 녹두 깍지를 내리치셨다.
녹 두 타 작!!!!
그제야 입을 쪄~억 벌리고는 녹두를 내놓았다.
나도 하나님께 맞기 전에 햇볕에 잘 말라 벌어진 녹두처럼, 말씀에 잘 익어야지.
그리고 감사와 기쁨의 소리를 신 나게 내야지!
녹두처럼 “탁 탁 톡 톡 탁”
엄마는 토종닭에 녹두를 넣어 푹푹 삶아 구수한 삼계탕을 끓여 내오셨다.
아이를 잃은 딸에게 엄마는 이렇게 달래주시고 안아주셨다.
아! 녹두죽 한 그릇에 이 여름은 참 견딜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