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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열리다by 달리기

남대문, 열리다.

 

 

 - 정석용 -

 


화창한 날씨, 오랜만에 머리에 신경도 쓰고 어깨에 힘 좀 주며 길을 걸어갔다.
여기저기 풍기는 봄의 향기가 나의 앞길을 예비하는 것 같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 "아 그래 반가워." 살짝 웃음을 보이며 지나가는 후배들,
상큼한 미소로 답하는 나의 미소, 역시 계절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오랜만에 나온
캠퍼스에는 벚꽃들이 만발했고, 상쾌한 날씨는 나의 미소까지 밝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선배님" "그래 안녕 우리 차 한잔 할래?" , "좋죠."
후배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데 순간 후배가 웃기 시작했다.
"아니, 왜 웃어?" , "아니요. 그냥요. 드세요."


후배의 웃음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캠퍼스의 꽃들이 만발하게 피듯,
우리의 대화의 꽃도 활짝 피어올랐다. 점심을 먹고 새로 구입한 봄 옷을 자랑이라도 하듯
의기양양하게 걸어 내려갔다. 이른 저녁, 몇 몇 사람과 모임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구석으로 나를 불렀다. 소매를 잡아끌며 "야, 이리와 봐" , "아니 왜 무슨 일인데?"
"야 너 남대문 열렸어." , "응? 무슨...?" , "지퍼 열렸다고..."


'아차'하며 바지를 보니 하품하듯 열린 나의 지퍼.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보고 웃었던 후배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의 온 몸은 굳어버렸다.
'oh, my God! 아~짜식들 예기나 좀 하지.' 묘한 웃음을 짓던 후배가 미웠다.


'아~ 살면서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되겠구나. 정신 바짝 차려야지.'
'사람이 살면서 순간 방심하면 이와 같이 부끄러움 당하겠구나.'
외출 전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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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5/1/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