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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받는 것은 없다.by 주아나

 

 

지난주에 신랑의 사촌 동생 결혼식에 갔다.
예식장에 가자 시댁의 친척, 고향 친구, 지인들로 북적북적했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친척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셨다.
그때 한 지인이 오더니 시어머니께 반갑게 인사를 했다.
시어머니는 우리 고향 이웃이라면서 신랑도 어렸을 때 맨날 놀러 간 곳이라고 하셨다.
그 지인은 시어머니 손에 매달려 있는 주안이(첫째)를 보더니,
“아이고 귀엽다. 신랑 많이 닮았네~” 하시면서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주셨다.
친척들도 첫째와 둘째를 번갈아 보면서,
“이 애는 신랑 돌 때랑 똑같네.”
“아니야. 제 어미랑 똑같은걸.”
“어쩜 턱 선이랑 눈매가 아빠 판박이네.”
그러면서 덕담에 칭찬에 과자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신다.
첫째는 귀찮은 듯이 받은 돈을 나에게 주면서 다시 신나게 논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당연하게 세뱃돈을 받았다.
예식장이나 장례식장 가서 부모님 지인들과 인사를 하면 으레 용돈을 받았다.
집에 아빠 친구들이 놀러 오면 공부 잘하게 생겼다며 칭찬도 많이 받았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작은아버지가 등록금으로 쓰라고 백만 원이나 주셨다.

막내 외삼촌 숙모는 일주일에 2~3번 나와 동생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다.
특히 동생은 중학교 때 막내 외삼촌 공장에 가서 매일같이 용돈을 받아서 학교에 가곤 했다.

3년 가까이 용돈을 받아 썼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는 그 사실을 서른 살이 넘어서 친정엄마한테 듣고 알았다.
3년을 기여이 용돈을 뜯어낸 동생이나 그것을 받아준 외삼촌이나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내가 결혼할 때는 부조금이 수 천 만원 들어왔다.
내 친구나 지인 때문은 아니었다.
부모님 친척이 백 명 넘게 왔고, 지인들도 백 오십 명이 넘게 왔다.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친척들을 소개해주는데,
5살 때 한 번 봤다던 큰할아버지의 손자이며 나의 오촌 오빠인 나이 55살의 부산대 교수,
아빠의 사촌으로 지금은 서울에서 기름집 장사를 한다던 작은할아버지의 둘째,
20년 전 명절 때 한 번 본 대구 큰아버지의 첫째 아들 부부...
그분들과 교류도 거의 없었는데 그 먼 거리를 내 결혼식에 총출동해 주셨다.

결혼식 후에 엄마한테 부조금 좀 달라고 앙탈 아닌 앙탈을 부리니,
“이 사람들이 왜 거기 왔겠냐.
그동안 아빠 엄마가 뿌린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온 거야.
네가 맏이라서 온 것도 있지만 다들 우리 얼굴 보고 온 거야.
그러니까 결혼식 날 들어온 돈은 우리가 뿌린 돈 다시 거둔 거지.”
그러면서도 사는데 보태 쓰라고 거금을 통장으로 보내 주셨다.

나는 내가 잘나서, 내가 잘하니까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큰 착각이었다.
내가 명절이나 행사 때만 보는 어른들에게 얼마나 예쁜 짓을 했다고 사랑을 주실까.
우리 부모 얼굴보고, 그동안 쌓은 덕으로 내가 대신 사랑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릴 때는 몰랐다.
내가 부모의 나이가 되어 자식을 낳고 보니 이제야 느끼게 된다.

그냥 사랑을 받는 것 같아도 그냥 받는 것은 없다.
누군가 조건을 세워주고 뿌린 것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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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7/27/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