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해서 자주는 아니어도 틈나는 대로 가까운 산에 오르는데
전날 몸이 묵직하고 기운이 없었지만, 평소처럼 산을 조금 올랐던 것이 무리가 됐는지
일요일 아침에 허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괜찮아지려나 기다리다가 오후엔 서 있고 누워있기조차 힘들어 결국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응급실엔 말 그대로 응급으로 아파서 온 사람이 많았다.
한쪽에선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눕지도 않지도 못하며 몸부림치고 있었고,
암 투병 중 열이나 온 사람도 있었는데 어린아이를 집에 두고 온 남편은 가녀린 부인을 남겨두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한밤중에 왔을 때처럼 피투성이 환자는 없었지만, 병원에 오면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의사는 미칠 듯이 아파하는 사람의 배 이곳저곳을 만져보더니
"맹장염입니다. 바로 복강경으로 수술하겠습니다."
머리를 잡고 심장을 쥐어짜던 사람을 잠시 진찰하더니 바로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면서 검사를 하게 되었고 아픈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다 죽어가는 사람들.
의사의 손길이 아니면 죽음을 피할 길 없는 병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인생들에게
의사가 답이고 구원이구나.
이처럼 우리 영혼의 의사가 되어 인생과 영혼을 세밀하게 손대주시는
하나님이 절로 생각나는 응급실에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