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나에게 찾아오는 단골손님, 그것은 바로 짝사랑의 열병이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바뀌었던 것 같다.
제대로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한 친구가 대부분이었지만 해마다 반이 바뀌면 항상 좋아하는 대상이 달라지곤 했다.
4학년 때 쯤, 우리 반엔 우체통이 있었다.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2주에 한번 우체통을 열어 편지 받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었다.
인기가 많은 친구들은 편지를 몇 통씩 받았고 반면에 한 통도 받지 못해 속상해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봉투에는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되는 비밀 편지였다.
소심했던 나는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2주 뒤 나는 그 남학생에게 답장을 받았고 무척이나 기뻤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뒤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친한 친구도 그 남학생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는 화가 나서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내가 생각하기엔 그 남학생이 두 통의 편지를 받고 별 생각 없이 한 사람에게만 답장을 한 것 같았는데, 친구는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졌고 5학년 땐 다른 반을 배정 받았다.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어린 시절,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운 나의 유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