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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년친구 [舊年親舊] by 도토리

구년친구 [舊年親舊]

 

 

- 이정명 -

 

 


  * 구년친구[舊年親舊] : '오랫동안 헤어져 있는 친구' 란 의미의 명사입니다.

 

초등학교 때 빨간 다이얼 저금통이 있었다. 비밀번호만 알면 쉽게 여닫을 수 있었던 저금통이라 돈이 모일 수가 없었다. 과자가 먹고 싶을 때마다 저금통부터 열어 봤으니까. 저금통엔 종이 한 장이 하나 들어있었는데 지금 그 종이가 있다면 1000원의 현금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어느 날부터 저금통은 내 눈에서 사라졌고 그 종이도 같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인 것 같다. 당시 내 짝이었던 남자애랑 꽤 친하게 지냈었는데 나와 등하교를 같이 하던 친구는 나랑 그 남자애랑 결혼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생각이지만 친구는 진지했다. 난 결혼까지 할 것 같진 않다고 했고. 우린 1000원을 걸고 내기를 했다.
그 내기의 증거가 내 저금통안의 종이이다.


나와 내기를 했던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내기는 벌써 20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다 문득 걱정이 된다. 길을 가다 잘못된 길을 가게 되면 조금 헤매고 다시 돌아가면 되지만, 인생길은 한번 잘못 들면 평생 후회하고 고생이라 한다.


벌써 한 친구가 그 잘못된 길로 고생하며 한숨 쉬는 걸 지켜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느리더라도, 조금 더 힘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아 차근차근 행복을 찾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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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7/15/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