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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by 도토리

라디오

 

 

-이정명-

 

 

 

"토끼 눈이 왜 빨간지 아니?"
"....."
"피곤해서. 하하하~"
이런 유치하고 어이없는 개그가 왜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재미있다고 키득거렸다. 이것이 라디오의 묘미일까? 볼수도 만질 수도 없다보니 사회자의 멘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라디오. 요즘 인터넷을 이용한 '보이는 라디오' 가 있다지만 그래도 역시 라디오의 정석은 듣는 것.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좋은 나는 음악보다 미술이, 라디오보다 TV나 인터넷이 더 좋다. 나날이 모든 것이 발전해 가며 3D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 라디오가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직도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빨간 우체통까지 걸어가 설레임을 안고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낭만의 시대, 고전적인 시대에서 튀어나온 듯한 라디오. 그런 라디오를 무시하며 살던 내가 오늘 우연히 차에서 듣게 된 라디오에 한참을 웃었다.


사회자는 왜 그렇게 웃긴지. 라디오 속으로 들려오는 낯선 트로트는 왜 그렇게 익숙하게 들리는지. 섹스폰과 알 수 없는 악기로 이루어진 반주조차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냥 그날의 내 기분이 그랬는지 몰라도 오래된 친구와 수다를 떨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이것이 라디오가 사랑 받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아날로그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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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7/17/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