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워터파크
-김형영-
초등학교 때가 틀림이 없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오면 동생을 데리고 당장 밖으로 나갔다.
우리 눈에 세상은 온통 구경거리, 놀거리였다.
그당시 우리동네는 아차산 능선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끄트머리에 있었다.
저 위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골목길마다 흘러내려온 물과 만나면서 도로는 아스팔트 계곡이 되었다. 마을버스는 지나가면서 고래 같은 물줄기를 내뿜었다. 어른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이들은 낄낄대며 좋아했다. 도로 양 갈래에는 발목을 넘는 세찬 물줄기가 하수도 구멍도 껑충 뛰어 넘으며 끝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 길 위를 신나게 달렸다. 물살에 신발이라도 한 짝 내려가면 차도와 인도를 사이에 두고 집단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잃어버린 아이는 울면서 내려가고, 아이들은 보물이라도 쟁취하려는 듯이 내달렸다.
100 여 미터를 내려가면 시장이 보였다.
시장을 중심으로 삼거리는 제일 낮은 지대였다. 물 빠지는 구멍에선 오히려 물이 용솟음친다. 횡단보도가 몰려있어 도로는 아수라장이다. 신발을 찾아 내려오던 무리들은 이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하수도 구멍이 어쩜 저리 삼거리 곳곳에 잘 배치되어 있는지 이 날을 위해 일부러 꾸며놓은 분수대 같았다. 시장 상인들은 가게까지 들어온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통에 더 정신이 없었다.
물줄기에 어느 정도 싫증이 나며느 다시금 아이들은 또 다른 놀이동산을 찾았다.
2층 이상 되는 건물들이다.
건물마다 옥상에서 내린 빗물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파이프 관이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그 파이프 관 앞에 섰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큰 돌이나 종이 박스를 들고와서는 파이프에 틀어 막는다. 꾸물꾸물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파이프에 막아 놓았던 것을 빼낸다. 손이 느리면 절대 안되었다. 그래서 빼내는 작업은 나이 많은 아이의 몫. 빼내는 순간 물줄기는 물폭탄이 되어 지상에 박혀 버린다. 체 멀리 도망가지 못한 아이는 물에 흠뻑 젖는다. 그래도 좋다고 더 열심이다. 때론, 빼내기도 전에 물줄기가 터져서 돌에 발등이 맞기도 했다. 그래도 좋단다. 재미있으니까.
비가 오면 우리 동네는 워터파크가 된다.
어른들이 만든 도시에 아이들이 만든 청정의 워터파크.
2010년, 이제 장마도 다가오는데 이 동네 아이들은 개장하려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