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vs 구경꾼
-이정명-
구경꾼으로 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세상살이 힘든 일, 껄끄러운 일들, 내게 닥친 슬프고 마음 상하는 일들을 남의 일처럼 쳐다만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손꼽게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가 불난 집 구경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 집이 내 집이 아니라면, 그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쇼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닥친 슬픈 일에 둔감해지려면 또한 기쁜 일에도 둔감해져야 한다. 크게 슬퍼하지도 크게 기뻐하지도 않는 인생. 크게 아파할 필요 없지만 크게 기뻐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힘들어 지치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 조용히 살다가 조용히 죽어 사라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알고 있다. 구경꾼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사는것이 옳고 그르고를 따질 필요도 없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어떻게 구경꾼이 된단 말인가. 그저 구경꾼인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슬픈 것, 힘든 것, 기쁜 것 다 겪고 느끼고 있으면서 아닌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이왕 구경꾼이 될 수 없다면 멋진 주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부딪힐 거라면 더 힘차게 부딪쳐보고 때때로 이겨내서 성취감도 느껴보고 그렇게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더 멋진 일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해서 실패없이 살아갈 순 없다. 실패가 두려워서 성공의 기회를 놓칠 필요도 없겠지. 구경꾼이 되면 있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 밖에 못하지만, 주인이 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