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박이의 변
-이정명-
가끔 부산이 어촌인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이가 없다.
대문을 열고 나가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보이는 곳. 그런 바닷가 마을을 떠올리기엔 부산은 너무 인구가 많고 복잡한 도시다. 물론 유명한 해운대나 광안리 등 바닷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바다를 보고 살겠지만 그렇지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도시다. 도심 근처에 살고 있는 내게 바다는 그리 가까운 곳이 아니다. 일부러 마음 먹고 찾아가지 않는 한, 일 년에 한두 번도 보기 힘든 바다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30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산 토박이지만 태종대를 가본 기억은 두어 번, 해운대에 가본 기억도 10번이 채 안된다.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고 도심중심의 생활권에서 지내다 보면 바다가 가깝다는 것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위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어떻게 부산 사람이 회를 안 좋아할 수가 있냐?"
이런 말을 들으면 쉽게 수긍할 수가 없다. 부산 사람이면 다 회를 좋아해야하고 바다를 좋아해야하나? 난 생선보다 고기가 좋고 바다보다 산이 좋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당연히 그럴 것이다.' 생각하고 사람을 대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의외로 당연한 것보다 당연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부산 토박이인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