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눈 내린 창밖을 바라보며by 도토리

눈 내린 창밖을 바라보며

 

 

-이정명-

 

 

 

"오늘 아기 데리고 병원 갈꺼야?"
"아니. 오늘까지 좀더 지켜보다가 내일 가볼까 해."
"오늘 가지 마라."
"왜?"
"창밖을 보면 알 수 있어."
'날이 많이 흐린가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이전까지 나는 기침이 그렇게 앙칼진 소리를 내는지 알지 못했었는데, 요즘 재채기와 기침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하게 되었다.
아기의 기침소리를 들으면 "미안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저귀를 버리러 거실로 나와 보니, 창밖에 온통 하얗다.
"이건 뭐지?" 알면서도 던지게 되는 의문문.


2월 중순, 부산에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될 줄이야.
어린 시절, 눈발이 흩날리는 것조차 흔하지 않은 부산에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초등학교 때 몇 십 년 만에 많은 눈이 내려 운동장에 쌓였던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기분이 좋아져, 수업시간에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눈싸움을 하며 놀았다.
수년 후 그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 적이 있었다.


체인을 사도 평생 써볼 일이 없을 것 같은 부산에 눈이 쌓이니, 버스가 멈춰서고 도로가 휑-하니 움직이는 차라곤 볼 수가 없었다.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출근하려다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까지. 나도 가파른 오르막길 위에 있는 교회를 올라가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거실로 아기를 안고 나오면 안되겠다.'
거실 환기를 위해 잠시 열어두었던 창을 닫고 썰렁해진 거실공기를 느끼며 큰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에 있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노트북을 꺼내 큰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걸레로 큰방 이곳저곳을 훔치고 히터를 틀었다.


'아기에게 눈 쌓인 창밖을 보여줄까?' 하다, 감기 걸린 아이에게 찬 공기를 마시게 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 관뒀다.
눈 쌓인 도로 위를 운전하며 출퇴근해야 하는 남편을 걱정하며, 마냥 눈이 좋아 뛰어다니던 초등학교 때와 눈을 보며 약간의 낭만을 꿈꾸던 대학시절,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아줌마가 되었고 이제는 이렇게 아기를 걱정하며 창밖의 눈을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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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18/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