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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by 도토리

 

 

 

 

 

베란다

 

 

-이정명-

 

 

 

우리 집에는 베란다가 없다.
평수가 좁다 보니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좀 더 넓게 쓰게 만들어 놨다.

베란다는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달리 말하면 특정한 용도로 지정되어있지 않은 공간인 것이다.


건조대를 놓고 빨래를 말리는 공간으로 쓰기도 하고
에어컨 실외기 등을 놓아두는 사이 공간으로 쓰기도 하고
여러 잡다한 물건을 두는 창고로 사용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티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쓰기도 하고,

혼자만의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여기저기 꾸며놓기도 한다.


신문 기사를 보니 또 누군가는 그곳에서 외롭고 쓸쓸한 인생을 마감하는 결심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같은 공간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런 곳이 비단 베란다뿐일까.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인생은 다들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누구도 똑같이 살아가진 않는다.
모두 같은 시간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자기에게 달려있다.


나는 내 인생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잡다한 물건을 쌓아놓은 창고로 쓰고 있을까?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지 못해 비워두고 있을까?
아니면 내 취향대로 꾸며가며 멋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을까?


적어도 자살을 생각하는 쓸쓸한 공간은 아니길...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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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26/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