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얄미운 파파라치 by 날개단약속

 

 

 

 

 


카메라를 드러내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손사래를 치면서 나를 피한다.
"언니 또 이상한 사진 찍으려는 것이죠."
"얘는 맨날 속고만 살았나."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나는 평범한 사진을 거부하는 이상한 사진사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예술 사진을 찍기 위햇가 아니라, 재미를 위해서 찍기 때문이다. 교회행사, 행사 뒤 단체 사진, 개인 프로필 같은 사진은 솔직히 재미없다. 행사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예쁘고 깔끔하게 잘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체, 개인 사진도 정형화 되어 있다.


단체 사진은 항상 중심인물이 가운데 서면 주변으로 부채꼴 모양이다. 간혹 튀어본다고 뒤에서 손을 휘젓거나 이상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는데 주의 깊게 보지않으면 그다지 튀지 않는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다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꼿꼿하게 서서는 활짝 핀 미소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개인 프로필 사진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긴장된 모습으로 방긋 웃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짓는 미소는 미소 같지도 않다. 그냥 입술 양 쪽 끝을 잡아 끈 것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런 사진은 찍어놓고도 잘 살펴보지 않는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진은 절대 찍히고 싶지 않은 요상한 표정의 사진들이다. 나름 분위기를 잡고 찍었다고 생각했으나 각도를 잘못 잡아 머슴 같이 나온 남자아이 사진이나, 힘겹게 오르막길에 올라와 한 숨을 쉬는 세 여자가 각기 다른 표정으로(황당, 귀찮음, 째려봄)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진 등 아무리 연출한다 해도 찍기 힘든 삶의 모습의 사진을 좋아한다. 그런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때의 그 상황이 필름처럼 내 머리 속에서 연출이 된다.

 

사람들은 내가 사진을 찍으면 반드시 확인하려 든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 싸이 월드에 바로 올리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다수는 웃지만 몇 명은 반기를 들며 삭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쉽게 승낙하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아예 얼굴을 가리는 것이다. 지금은 카메라를 잘 잡지 않지만 가끔 손을 대면 여전히 나의 음흉한 계획을 알고서 얼굴을 돌려버리는 똑똑한 아이들이 몇 명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속아주는 착한 사람들도 몇 명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찍히는 입장이 되었다. 찍힌 사진을 보면 멀쩡한 사진도 많지만 하품을 하고 있거나 코를 파고 있거나 생얼을 아주 가까이에서 찍는 혐오(?)스러운 사진도 많다. 그럴때마다 나는 꺅! 소리를 내지르며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가정 내 사진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절대 허락지 않는다. 본인은 괜찮다고 귀엽다고 하지만 어떻게 코 파고 하품하는 사진이 귀여울 수 있겠는가. 찍는 사람의 마음은 다 그런 건가? 아니면 나름 둘러대기 위한 핑계인가? 나는 부정하고 싶지만 여전히 역사는 돌고 도나 보다. 딱 내가 행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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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9/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