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알을 먹는지 모르겠네!'
그 흔한 감기약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내가, 매일 11알의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다.
입덧이 너무 심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들던 때, 주위의 권유로 지금의 영양제를 알게
되었다. 아기에게 제대로 된 영양분을 주어야 한다는 말에 솔깃하고 산모들도 먹고 탈 없이
아기 잘 낳았다는 말에 안심하며 구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입덧이 심할 때는 먹지 않고
입덧이 끝나고서야 먹기 시작했다. 흔한 말로 '돈이 아까워서' 한 개씩 꺼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띄엄띄엄 먹었는지 한 달이면 다 먹을 분량을 몇달이 지나도록 먹고 있다.
그러다 규칙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달 정도. 산부인과에서 빈혈은 아니지만 수치가
낮으니 철분제를 2알씩 먹으라 했다. 정기적으로 챙겨 먹지 않으니 수치가 낮아진 모양이다.
또 아는 분이 조언해주기를 아기 가졌을 때 제대로 영양제를 챙겨 먹지 않았더니 아기가
자주 감기에 걸리고 병치레를 많이 하더라며 한 영양제를 추천해줬다. 알고 보니 우리 집
식탁 위에 있는,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뜯지 않은 영양제 중의 하나였다.
나이 서른 둘. '누덕누덕 기운 서른 하나, 이제 정신 차리고 뛰어보자.' 라는 시를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산모가 되어 있다. 뱃속에 아기가
있고 내가 먹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아기와 연결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삶은
너무나 달라져 있다. 빵을 들었다 놨다 과자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다 결국 빈손으로 가게를
나오면서 스스로 '잘했다.' 칭찬을 해준다. 이왕이면 더 싱싱하고 예쁜 과일을 사 먹고 카레
하나를 사도 뒷면의 성분 표시를 꼭꼭 읽어 본다. 짜증을 내다가도 아기에게 이 마음이
전해지겠지 싶어 "미안하다, 아가야" 반성을 하게 된다.
오늘도 감사히 기도하며 영양제를 먹고 밥을 먹었다. 이것이 아기에게 좋은 약이 되어 아기
체질이 더 튼튼해지고 엄마의 사랑이 그 속에 담기기를 바라면서.
생명을 품는다는 것은 참 신비롭고 특별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