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悲豆歌] by 날개단약속

20180828김형영비두가.jpg










지상에 나무님, 풀님, 열매님, 꽃님, 이름 모를 잡초님들아,
이내 속앓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소.


이내 몸은 한자로 운두이고 저 멀리 남미가 내 고향이라네.
부모행방 모른 체 강낭콩 다섯 형제 의지하다 흘러온 곳이 여기인데,
그것이 다행 아닌 불행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라.


조그마한 화분 하나 어디선가 구하더니 우리 형제 그 안에다 털어 넣고,  
다섯 개의 싹이 나니 네가 비켜 네가 비켜 서로 싸움 끊임없네.
아, 주인아. 4명 가족 세 방 좁다 난리더니만, 한치 공간 다섯 콩이 웬 말이냐.
집 없는 서러움이 이렇게나 크고 크다.


우리 팔자 넝쿨이라 의지할 곳 있어야만 하늘 쭉쭉 올리는데,
주인 놈은 귀찮다고 요구르트 아줌마의 공짜빨대 대충 얽어 세웠도다.
손마디가 연약하다 어디 코에 붙일런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누가 대체 지지댄가 휘어가는 빨대들 우리네가 감아 붙잡았네.
주객이 전도되었도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형상인가.


윗집 할매 고추들은 뭘 먹여서 저렇게 기골이 장대한가.
키가 기본 이미터에 천하장사 저리 가라,
고추 수십 달려있어 흔들어도 가뿐할 세.
저것이 잭과 콩나무인가, 잭과 고추나무인가.
분명 그 콩 나무는 나의 친족일진데 왜 고추가 하늘을 찌르는가.
이것은 분명 뭐가 잘못되었도다.


얼마 전에 배가 볼록 콩깍지가 생겨나서 임산부의 몸이 되었건만,
종일 서서 일하려니 다리만 탱탱 붓고 몸에 기운 하나 없네.
손아귀가 말려간다 물 부족이 오는구나.
비 소식이 더딘 건가 주인 생각 모자란가.


오호통재라, 못 살겠다 못 살겠다 여기서는 못 살겠다.
생명이라 키운다고 다 같은 주인 아니어라.
콩 한 쪽도 귀하다는 정신머리 차렸을 때 그때 주인을 만나리라
.



조회수
39,541
좋아요
8
댓글
8
날짜
8/28/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