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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밭에서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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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엄마는 허리 수술을 하여 일을 하면 안 되기에 늦가을 모든 밭일은 내 몫이 되었다.
내 지금까지 손에 물은 묻혔을지언정 흙은 묻히지 않았는데,

낫과 호미, 괭이를 들고 늦가을 밭작물 추수에 온몸을 불사르게 되었다.
엄마가 보기에 내 일하는 실력이 맘에 들지 않았겠지만, 달리 부탁할 사람도 없었다.


오늘의 미션은 고구마 수확.
얼마 전 고구마를 1차로 파 보았지만, 별로 없어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바로 그날이 오늘이었다.
무성한 고구마 넝쿨을 거둬내는 게 먼저였다.
이 고구마 줄기 넝쿨은 잘 말렸다 겨울 동안 소나 염소, 닭의 요긴한 양식이 되지만,

우리에겐 먹일 가축이 없어 한곳에 놓아둔다.


얼마나 많은 고구마가 옹기종기 웅크리고 있을까?
기대하고, 파 보았지만, 고구마 얼굴 보기가 힘들다.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은 탓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고구마가 나왔다. 두 고랑을 파도 한 망태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한참 고구마를 파다가 엄마는
"영감쟁이, 고구마는 뭐하러 심어가지고." 하며 투덜거렸다.
그랬다. 이 고구마밭은 몇 달 전 돌아가신 아빠가 봄에 심어놓은 것이다.
아무리 파도 나오지 않는 고구마밭을 보며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빠. 아빠가 올해 심어놓은 고구마가 별로 많이 안 열렸어요.
아빠 농사짓는 게 그렇죠. 뭐. 허허'


아빠는 이 고구마를 심으면서 올가을 추수할 것을 기대했을 거다.
많이 많이 수확해서 자식들에게도 주고, 한겨울 구워 먹고 튀겨먹을 생각도 했을 거다.
그런 아빠는 곁에 없고 아빠가 남긴 고구마밭에서 아빠가 그리워졌다.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며 다시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많지 않지만, 고구마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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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29/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