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좋아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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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좋아?"
"응!"
"왜?"
"좋으니까~"

"엄마도 좋아?"
"응~"
"왜 좋아?"
"좋으니까~~"

아이와의 달콤한 대화로 웃음 지은 밤.
얼마 전에 읽은 그림책 릴리아의 "파랑 오리"가 떠올랐다. 아기 악어는 엄마를 잃은 건지 파란 연못 물가에서 만난 파랑 오리를 엄마로 여기고 졸졸 따라다니며 성장해간다. 그렇게 시작된 아기 악어와 엄마 오리의 기이한 만남. 엄마 오리는 아기 악어를 뿌리치지 못하고 내 새끼처럼 마음을 다해 돌보았다. 아기 악어를 매일 깨끗이 씻겨주고 물을 무서워하는 악어에게 수영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흘러가는 시간 따라 이제 덩치도 커진 아기 악어가 제법 듬직해 보인다. 좋은 날들만 연속될 줄 알았는데 불현듯 엄마 오리의 기억이 점점 도망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자신이 키운 아기 악어마저 알아보지 못하고 자꾸만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파랑 오리의 모습에 내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리고 파랑 오리는 걸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악어는 엄마 오리를 꼭 품에 안고 진심으로 돌본다.

"엄마가 가끔 화를 내고 길을 잃어버리고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나는 엄마의 아기였지만, 이제 엄마는 나의 아기예요. 내가 지켜줄게요." 악어의 이 말은 내 가슴을 찌릿하게 했다. 기억을 잃어가고 내가 누군지 헷갈려 하며 간혹 헛말을 내뱉으시던 외할머니가 내게도 어쩜 파랑 오리였을까? 어릴 적부터 손수 길러주신 제2의 엄마와도 다름없던 외할머니가 곁에 안 계신 지금도 여전히 그리워하며 그때 더 사랑한단 말을 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맴돈다. 누군가 말했다. 아이는 항상 부모를 용서한다고. 때로 외할머니가 모질게 대했어도 간절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정말 그럴지도. 아무리 부모가 아이에게 실수하고, 때로 화도 내지만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부모가 다시 따뜻이 바라봐 줄 때까지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이럴까. 보통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준다고 하지만 실상 부모를 해처럼 밝게 비추고 있는 건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책임감의 이름이 내 안에 쌓여가는 요즘, 아이가 자유로이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매일의 연습이 거듭되고 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자책하기보다 ‘아이를 더 믿어주고 품어주는 엄마가 되자.’ 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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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