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닥또닥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내다본다.
정겨운 엄마 집 마당에는 들깨가 영글고 콩꼬투리가 야물어 가고 박두감이 익어간다. 가을배추는 사방으로 기지개를 켜고 석류는 아직 입을 벌리지 않았다. 바람에 떨어지는 갈색 대추, 건너편에 무성히 뻗어나간 호박 덩굴 가운데 매달린 누런 호박 한 덩이가 미소 짓게 한다. 가을마당이다.
유년 시절 노동을 떠올리며 여유롭게 둘러보는 이 아침. 내 영혼도 함께 영글어 가길 기도할 때, 이웃집에서 울부짖는 수탉의 “꼬끼오” 소리가 세상을 깨우는 님의 소리인 듯하여 나도 함께 “꼬끼오” 한다.
* 박두감 : 대봉감 경남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