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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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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들은 귀엽다. 특히 여러 아이가 있는 집 막내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 외모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왜 그럴까? 위쪽으로 줄줄이 있는 형제자매 가운데 부모의 사랑을 얻는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화심리학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려 보이는 것이 부모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보살핌을 받아 살아나는 데에 유리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동안(baby face)이 젊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여하튼 막내들의 예쁜 짓은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에게도 통한다. 예배 후 친구와 놀고 있는 아이, J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살며시 눈웃음을 머금고 개구쟁이 행동을 하는 J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좋다는 얼굴이다.

그 아이아버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갈 때다. 4남매 중 막내인 J가 유치원을 다녀와서 하는 말이, “아빠, 다정반 여자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순간 웃음이 터졌다. 5살 소년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안다고? 그래.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는 있지. 타인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자신에게 가진 호감을 인지하고 말로 진술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 일생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대사였기에 더 기발하게 다가왔다. 천재적 관계 감수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보통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타인이 자신에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캐치하게 되면서 관계가 시작되는 것 같은데. 꼬마 J가 지닌 사람에 대한 민감성을 발달시키면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엄청 커질 것 같다.

대개 사람은 타인이 보여주는 반응을 감지한 촉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좋은 느낌을 주는 반응에는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혹여나 불편한 기미가 보일라치면 자신을 돌아보며 변화할 것이 무엇인지 성찰한다. 일찌감치 자신을 반영하고 뇌 속에 반영 거울을 세워놓은 아이를 보고 있으니 신기하고 부럽다. 수없는 인간관계 속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J와 같은 감수성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삶의 네트워크를 엮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가르쳐서만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환경에서 타고난 감각으로 관계 민감성이 발달한 J에게 지난 ‘빼빼로 날’ 아이 아빠를 통해 초콜릿을 보냈다. “J야, 다정반 아이들만 아니라 나도 너를 좋아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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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2/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