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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귤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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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귤아, 참 대단하다.

며칠 전 창고에서 네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들었거든. 귤 상자 구석진 곳으로 네 얼굴이 빼꼼 보이더라. 반가운 마음에 널 들었는데 들려지지 않았어. 네 옆을 보니 세상에! 곰팡이와 한 몸이 된 친구가 같이 있더라고. 모양새만 귤 모양이지 완전 곰팡이 그 자체였어. 대체 어느 틈에 균이 들어왔을까.

다른 친구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상태가 괜찮았어. 근데 너는 너무 딱 붙어 있어서 걱정이었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진작에 떨어뜨렸을 텐데.

떨어져! 떨어져! 근데 네 손을 잡고는 안 떨어지려고 딱 붙어 있더라고 게다가 온몸으로 곰팡이를 너에게 내뿜었을 텐데도 너는 하나도 안 변했더라. 조금이라도 멍들법한데 생채기 하나 없었어.

너는 어쩜 그리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텼니? 사실 귤들은 곰팡이에 약하잖아. 게다가 운 나쁘면 곰팡이 귤에 같이 오염되기도 하고. 내 의지로 그 옆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 억울하기도 하지. 그래서 네가 더 대단한 거야. 그런 환경이라도 자기 힘으로 이긴 거니까.

곰팡이 귤은 잘 처리했어. 상자에서 안 나오려고 끝까지 버티더라고. 몸통이 이미 곰팡이에 찌들어서 물컹물컹한데 껍질은 몸통에 딱 붙어 버티더라고. 그래서 식칼로 잘 처리해 줬지.

3일이 지난 너는 여전히 생생한 그 자체야. 여전히 변함없구나. 오늘 맛있게 먹어줘야겠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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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3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