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소나무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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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주름이 있는 건 길고 긴 내 인생에 훈장이고 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 버리지 못한 욕심에 흔적

정동원이 부르는 '여백'의 노래 일부이다. 가사에 따르면 내가 한 행동들이 내 손과 마음에 주름을 만들고 있다. 살아온 생이 몸에 새겨지는 게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커다란 껍데기가 비늘처럼 갈라진 소나무를 본 적이 있다. 그 갈라진 틈도 크고 깊었다. ‘거북이 등껍질 같네. 이렇게 갈라지는 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마치 사람처럼 느껴져 말을 걸었다.

소나무는 고통을 겪으며 꼬불꼬불하게 자라야 희귀종이 되고 걸작이 된다고 한다. 수백 년에 걸쳐 암반에서 큰 것은 아주 단단한 껍질을 갖고 있다. 철갑옷을 입은 장군처럼.

엄마들은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희귀종으로 자라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작품 솔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비바람을 이겨내야 하고, 암반에 뿌리를 내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의 고통은 원하지 않는다.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해결해 놓고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우려 든다.

엄마들만 그럴까. 나도 그렇다. 성공하고 싶지만 어려움은 피하고 싶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와 철갑옷을 입은 소나무가 나를 반성하게 한다.

“어느 계절을 좋아해?”
평소라면 조금 망설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라고 대답했겠지만, 오늘부터는 ‘봄’이다. 새싹이 파릇파릇, 희망이 움터서가 아니고 ‘겨울을 버텨낸’ 봄이여서다. 모진 겨울에도 살아남아 새싹을 틔워 내고 “예쁘다~” 생그레 웃음을 날리는 봄. 매화를 피워내야 벚꽃 피는 날도 온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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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6/30/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