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에 보내고 일주일쯤 후에 '장정 소포'라는 택배 상자가 온다.
종이 박스 속엔 훈련소 들어갈 때 입었던 옷가지들과
편지가 담겨있어서 대개 엄마들은 눈물을 쏟아낸다고 한다.
나도 아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가지를 껴안고
'그동안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이 치밀어 눈물 콸콸 이었다.
군대라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한 것 같다.
장정 소포가 주는 느낌은 얼마 전 투병 중이던 친구와 급작스레 이별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영혼이 떠난 육신이 한 꺼풀의 벗겨진 옷과 같이 허무하게 느껴지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친구의 마지막 길에 모여든 지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추어지며 친구의 멋진 실체가 드러났다.
신앙을 반대하는 남편과 이혼 위기까지 간 어느 부인은
남편과 함께 친구의 초대를 받고 가족을 위해 모든 걸 감당할 힘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정신질환의 위기까지 갔던 한 신혼의 신부는
친구의 기도와 보살핌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며 남편과 함께 달려와 눈물지었다.
오해하고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끝까지 선을 긋지 않고 따뜻하고 진실하게 다가갔던 친구.
그를 잊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친구를 추모하며 꽃처럼 피어났다.
급작스러운 이별로 허탈감과 충격을 준 친구는 하나님 가까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듯했다.
'어쩜 몸이 아픈데 그렇게 멋지게 살 수 있었을까?'
어느새 우리는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새로운 삶으로 처해간 친구의 '인생 택배 상자'를 언박싱하던 그날도
분명 하나님의 큰 축복이 임한 날이었다.
아들의 눈물 콸콸 택배 상자 속에서
옷가지와 편지를 꺼내 곱게 정리하며 더 뜨겁게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사랑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