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몇 달 전부터 연극 모임에 참석했다.
대학 때 뮤지컬을 전공해서 지금은 다양한 모임에서 연극 무대 연출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로서의 참여이다.
다른 연출가의 연출도 배우고, 자신도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참여하고 싶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에 참석하고,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면 온라인으로도 참석하는 열정을 보였다.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날이었는데, 컴퓨터 밖으로 에너지 넘치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같이 출연하는 배우가 엄청 열정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가다 얼핏 보아도 배우 같지는 않았다.
연극모임이 끝나고 남편에게
“계속 말씀하시던 여자분 엄청 열정적이시네요.” 하니
남편은
“아~ 연출님이요?” 그랬다.
나는 놀라는 목소리로
“예? 연출님이 여자분이에요?”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네.”
헉! 나는 왜 놀랐을까?
유명한 여자 연출가가 얼마나 많은데....
남성 중심적인 브로드웨이의 유리천장을 깬 ‘줄리 테이머’는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라이온 킹>의 여성 연출가이다. 이 작품은 역대 최고 흥행 뮤지컬이며, 무대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게 멋진 여성 연출가도 있는데 말이다.
남성 연출가가 많아서 당연히 이 연극 모음의 연출도 남자일 거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내 생각의 편협함에 한 방 먹었다.
지난날, 나의 사고에 갇혀 모르고 보냈던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부디 많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