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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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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그러는데?!! 그냥 옆으로 가~!”

운전을 하면 혼잣말이 많아진다. 욕하진 않지만, 왜 순한 사람도 운전하면 입이 험해진다고 하는지 알겠다. 바쁘게 시간 맞춰서 가는 길인데 옆 차가 끼어들려고 한다. 진작 끼어들었으면 모를까, 지금은 끼워 줄 타이밍이 아니다.

“엄마…. 짜증 내지 말고~ 그러면 다 돌아온다며?”

아.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움찔했다. 며칠 전 상황이 떠올랐다. 비슷한 장소에서 나는 반대편 입장이었다. 끼어들고 싶었지만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쳤고 길이 갈라지기 직전 급하게 끼어들려고 했지만 비켜주지 않는 차 때문에 실패했다. 결국 나는 갈라진 길을 통해 빙~ 돌아가야 했다.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원망 섞인 말들을 뱉어냈다. 방금 끼어들려고 했던 운전자도 지금 나에게 짜증을 내고 있을까.

대학생 때였다. 유달리 어린애같이 구는 선배 언니가 있었다. 추운 날인데 옷을 너무 가볍게 입고 왔다. 잔소리를 좀 했더니 자신만만하게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저녁에 바람이 더 쌀쌀해지니, 보다 못한 남학생 동기가 자기 옷을 벗어줬다. 그 친구는 아닌 척했지만, 꽤 추웠을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언니가 무책임하고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가끔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나는 안 그런가? 그때는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이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내가 어른스럽지 않게 행동할 때마다 생각나곤 한다.

서로 용납하기.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지 않기. 폰을 꺼내 메모장에 적어둔다. 내 모습이 곧 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고 미래의 어느 순간, 그들과 같은 모습의 나를 보게 되었을 때 덜 민망해지기 위해서다. 타인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다고 생각하면서 메모장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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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