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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는 순간 법은 흔들린다

- JMS 정명석 목사 사건에서 드러난 확증편향의 문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는 인간의 인식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생각이 점차 굳어져 자신이 믿고 싶은 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사전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믿음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미 마음속에 결론을 세워 두고 그 결론에 맞는 정보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장면만 남기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의 문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나타난다. 2023년 3월과 2025년 8월, 각각 <나는 신이다>와 <나는 생존자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JMS 정명석 목사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통상 ‘어떤 사건을 사실에 기반해 기록하고 전달하는 영상물’이라는 점에서, 이 영상물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작위적 연출과 선택적 편집을 통해 사건을 특정한 시각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종교 지도자의 일탈 여부를 넘어 확증편향이 사회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종교적 위계 속에서 심리적으로 지배당한 상태, 즉 종교적 신념에 의해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항거불능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 결과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명석 목사가 자신을 메시아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그 믿음이 이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흔히 ‘세뇌된 상태에서의 복종’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세뇌’라는 용어는 법률용어가 아니고, 종교학적 논의에서도 이미 그 개념적 유효성이 상당 부분 약화된 표현이다. 특히 ‘세뇌’라는 용어의 어원이 전제하는 일방적·강제적 사고 주입의 이미지는 현대사회의 종교적 선택과 관계를 설명하는 데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단어가 법정에서 큰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 사건을 더욱 신중히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형법의 기본 원칙을 살펴보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 형법의 출발점은 ‘죄형법정주의’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행위에 대해서만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무엇이 처벌 대상인지 국민이 미리 알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가는 사후적인 기준을 만들어 자의적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다시 말해, 범죄 판단의 기준은 감정이나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명확한 법률 규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실질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형법의 해석에는 몇 가지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이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거나 ‘오랫동안 잘못으로 여겨져 왔다’는 이유, 즉 관습이나 통념을 근거로 형벌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이다.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내용을 단지 유사하다는 이유로 끌어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법 영역에서는 이 원칙이 특히 엄격하게 적용되며, 유추해석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JMS 사건은 과연 법원이 어느 정도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며 판단했는지, 또 판단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법리적 기준은 성범죄 사건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피해자와 가해자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진술 외에 물적 증거가 사건 판단의 결정적 요소가 된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객관적 증거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형사재판에서는 늘 증거의 ‘무결성’, 즉 해당 증거가 원본이며 훼손이나 조작의 우려가 없는지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전제된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불안한 요소를 안고 있었다. 핵심 증거로 제출된 녹취 파일이 저장되어 있던 휴대전화는 이미 처분된 상태였고,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을 내려받아 법정에서 원본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증거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녹음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아이폰을 중고로 판매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관에 의해 파일이 삭제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클라우드 저장 파일의 완전 삭제에는 통상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증거의 무결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은 차단되었고, 이런 상황일수록 법은 더욱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은 방송사와 협업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공개했다. 법정에서 법리와 증거로 차분하고 세밀하게 다투어야 할 사안이 여론의 장에서 먼저 평가받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건은 증거와 절차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인식과 감정의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을 안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법기관 역시 완전히 자유로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 기록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반드시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정황들이 언급되어 있으며, 피고인 측은 이를 근거로 증인 신청 등 방어권 행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해당 녹취 파일의 증거력이 배제되기는 했지만, 이미 1심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논의의 여지는 남아 있다. 해당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의 판단은 ‘세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울어져 온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형법 어디에도 ‘세뇌’는 범죄 구성요건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종교 지도자라는 특정 지위나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법에 없는 개념을 끌어와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는다면,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무고 사건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성범죄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보다 여론과 감정이 앞서기 시작한다면, 그 영향은 개별 사건을 넘어 사법 체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다 피해자들의 진술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확증편향이 먼저 결론을 형성하고, 법이 그 결론을 뒤따르는 구조가 된다면, 그러한 판단은 과연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되묻게 된다.

법은 냉정하다. 그리고 냉정해야 한다. 그 냉정함이야말로 누군가를 쉽게 단죄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순간, 법은 균형은 흔들릴 수 있다. 그리고 법이 흔들리는 사회에서, 그 누구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K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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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6/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