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론에 흔들리는 재판

[코리아데일리 김병훈편집국장]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론이라는 힘을 등에 업고,  포토라인과 방송매체를 앞 세워서 유죄를 추정하는 현상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이미 여론 재판으로 유죄를 사실상 확정 짓고 법정 안으로 들여 보내, 재판부를 여론으로 압박하고 있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여론방향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론 재판의 폐해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긴급 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영한 지 15년이 됐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뒤 100여 일간 서울 도심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무법천지가 됐다. 여기에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광우병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과 반정부 좌파 세력의 선동, 인터넷의 온갖 유언비어가 가세해 광우병 공포가 확산됐다.

하지만 15년이 된 오늘 우리 사회에서 광우병 공포는커녕 광우병에 대한 문의도 없다. 당시 ‘광우병 괴담’을 만들고 퍼뜨렸던 관련 사이트가 인터넷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의심 사례가 보고된 것도 없다. 그러나 누구하나 이보도에 대한 책임지는 이는 없다. 심지어는 아직도 광우병보도를 그대로 믿는사람이 있다는것이다. 그만큼 대중은 언론과 미디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정명석 총재,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에 대해 다뤘는데 그중에서 특히 JMS 정명석 관련 이야기에 공분이 폭발했다.이보도를 보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여신도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JMS 총재 정명석(77)에게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것을 당부했다.

이에 기독교복음선교회(세칭 JMS)  연합회측은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영상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마녀사냥식 언론보도로 인해 정명석 목사에 대한 성범죄 프레임이 형성 됐다."라며 "그 동안 신앙스타 출신 탈퇴자들의 거짓 제보와, 검찰 브리핑을 통해 신앙스타가 정명석 목사의 성착취 대상으로 매도됐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 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 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말하며, 죄형법정주의, 증거재판주의와 함께 형사법의 근간을 이룬다. 따라서 특정되지 않는 과실로 피고인을 몰아가려는 것은 여론 재판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재판부기피신청을 하면서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재판 심리 중에 선입견과 예단의 발언이 있었고, 중요 증거가 될 고소인의 녹음파일에 원본 부존재에 대해 증거능력 검증 요구를 불허한 것을 기피신청  이유로 들었다. 또 검찰 측 증인에 대해 목격 증인이 아님에도 신문사항을 제한하지 않은 채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변호인들의 반대신문 사항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반대신문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을하면서 여론재판의 중단을 요구하며 증거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을 호소하면서 연일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이어가고있다

검찰이 범죄 의혹 수사에 착수하는 순간 벌써 피의자 이름과 얼굴이 신문 지상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다. 법원 재판에 앞서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한 ‘여론재판’이 열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유죄 또는 무죄를 선고한다.

이에 손모전 대법관은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되려면 여론과 법률 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적절한 긴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고 이야기하고있다.

재판은 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공판이 진행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든 판사들이 이견이 없을 것 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론을 무시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법관이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대로 판단하는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시급해보인다.

기사원문 : [코리아데일리] http://www.ikorea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3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