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손에 쥐고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 뒤에 그려진 애플의 로고 때문이다.
잡스가 건네준 한 입 베어 물은 사과, 이거 참 난감하다.
스티븐 잡스가 깨문 사과는 분명 핸드폰의 새로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천국의 도면이라도 잠시 훔쳐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머리 속에는 아주 오래된 사과 하나가 떠올랐다.
하와가 한 입 베어 물고는 아담에게 건네준 사과다.
하나님이 그토록 먹지 말라고 하였건만 뱀이 그것을 먹으면 죽는 것이 아니라
눈이 밝아진다고 하니깐 둘이 야곰야곰 갉아먹었다. 결국 하나님과의 사이도
야곰야곰 갉아먹는 꼴이 되었지만.
스티븐 잡스의 사과도 우리의 눈을 밝아지게 했다.
새로운 신세계를 접하게 했다. 이제는 핸드폰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악기, 작곡, 멜론 같은 앱을 깔겠지. 수다 떨기
좋아한다면 카카오톡, 마이피플, 싸이월드 같은 것을 깔겠지. 하여튼 과거의
핸드폰이 마치 고등학교 시간표 정해주듯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면,
아이폰은 대학교 수강신청 하듯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된다. 이름
그대로 내 폰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눈이 밝아지는 물건이가.
그런데 이 사과는 유혹의 사과다.
잘 쓴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나의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겠지만,
잘못 쓴다면 게임 폐인이나 채팅중독에 걸리기 딱 좋으니까 말이다. 그
전에는 앉아서 중독되었다면 이제는 서서도 걸어서도 중독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하와가 주는 사과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이 유혹의 사과를 매일 쥐고 고민한다. 오늘은 무슨 앱에 들어갈 것인가.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나는 매일 사과를 갉아먹고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확실히 성경앱보다 단맛 나는 다른 앱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좀 걱정이긴 하다.
분명 성경에 사과도 쓰임이 있었을 것이다. 하늘은 절대 헛된 것을 만들지
않으니까. 좀 더 기다리고 좀 더 지혜롭게 행동했다면 상상도 못할 축복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내 손에 이 핸드폰이 들어온 것도 분명 너를 위해
지혜롭게 쓰라는 주님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이 달달한 아이폰을 어떻게
절제하며 잘 쓰게 될꼬.
부디 지혜를 한 가득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