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저것은 헌금봉투가 아니다. by 주아나

 

 

 

주일 말씀이 끝나고 나는 오늘도 헌금 봉투함으로 뛰어갔다.

오늘 감사할 일이 있었지 하면서 다급하게 감사헌금 봉투를 하나 들고 다시 제자리로 온다.

펜으로 감사한 일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다.

헌금함을 들고 오는 사람이 저 멀리에서 서서히 내 곁으로 온다.

저 사람들 지나가기 전에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글이 추사체가 되어 간다. 나도 해석이 안 된다.

급하게 쓰다 보니 이상한 단어가 들어갔다.

두 줄을 죽죽 그어서 틀렸다는 표시를 하고 다시 글을 이어 간다.

무슨 말을 쓸지 몰라서 대충 썼다가 글이 길어진다.

그런데 헌금 봉투에 공간이 없다.

그래서 그림이 그려진 부분까지 글이 내려왔다.

글을 다 쓴 뒤 봉투를 보니 아, 너무 지저분하다.

첫 문장에서는 글이 예쁜데 갈수록 글자가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목사님께서 제대로 읽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창피하지만 그래도 감사헌금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목사님께서 역시나 내 감사헌금의 내용을 읽는데 더듬거리신다.

앞으로는 미리 써야지 하면서 또 잊어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지루할 법도 한데 매번 이런다.

    

 

그런데 그 언니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그 언니는 누구처럼 신앙생활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묻혀 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가 감사 헌금하는 모습을 주일 아침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언니는 깨끗하고 하얀 봉투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는 그 봉투에 분홍색 색연필로 내용을 적을 네모 칸을 만들고는 주변에 다양한 색깔로 꽃과 하트 모양을 그려갔다. 내용도 어제 미리 적었던 모양이다. 그 감사 내용을 색 펜으로 한 줄 한 줄 정성을 다해 적어 나갔다.

그 감사 봉투를 보니 정말 작품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언니가 주님을 생각하는,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았다.

언니는 봉투를 접어서 테이프로 깨끗하게 밀봉했다. 마무리도 예뻤다.

감사하는 마음이 샐 틈이 없어 보였다.

    

 

, 저건 헌금 봉투가 아니구나.

손 편지구나.

너무 감사해서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편지를 썼구나.

나도 이번 주일에 주님께 꼭 손 편지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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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7/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