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랑하며 사는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이 나이에도 차비를 받고
올 때가 종종 있다. 큰딸 사랑하는 아빠 마음이라 여기며 차비 쓰라 주시는 돈을
"히잉~ 아빠 고마워요." 하고 넙죽 받는데 익숙한 나다.
그런데 부모님 챙기는 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무슨 허례허식인 양 소홀하기 일쑤다.
'사랑하는 사이에 무슨 형식이 이리 많담' 하고 말이다.
지난 5월 황금연휴 때도 나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다 큰 아이들 스케줄에 맞춰 식사 약속을 잡다 보니 부모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이렇게 늘 기다리셨겠구나.'
늘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 댁을 찾는 약속을 고무줄 당기듯 변경하기 일쑤였다.
대식구라 나 하나쯤 늦어도 행사는 진행된다고 생각한 철없던 지난날이 후회된다.
뒤늦게야 어버이날 저녁, 카네이션 화분을 들고 내려가니 부모님은 반가워 화색이 돈 얼굴로
뛰어나오신다. 이웃에 사는 동생의 생일을 겸해 케잌을 사간 나는 멋쩍지만, 동생과 함께
'어버이 은혜' 노래를 불러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주말에 다른 형제들이 가져온 많은 카네이션 중 하나를 머리에 꽂고 신나 하셨고,
아빠도 박수치며 좋아라 재촉하신다.
나이 들어 더 어린애처럼 감정표현을 잘하시게 된 부모님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리 쉬운 걸 선물만 보내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니.
역시 자매 듀엣의 노래는 부모님께 감동을 줬고 나는 또 용돈을 받았다.
"아빠가 저를 이리 키우셔서 제가 버릇이 없잖아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죄송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노년을 건강하게 여유를 누리며 사시는 부모님 덕분에 아직도 철이 안 든 나는 '사랑'과
'사랑하며 사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해 봐야 하나님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다."
한 말씀이 가슴 저리게 와 닿았다.
하늘도 부모도 의무적인 사랑으로 대하지 말고 정말 뜨겁게 더 사랑하고픈 5월이, 벌써 다 지나간다.
"사랑을 받는 자보다 사랑을 하는 자가 더 기쁘고 복 있는 자다."라고 했다.
철없이 부모가 되어 철없는 자녀 노릇을 못 벗어나던 나.
이제야 마지막 남은 한때를 남겨두며 간절함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