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세어보니 주인이 오실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집안에 종들은 주인 맞을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종은 빗자루를 들고는 청소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부엌일을 맡은 종이 다가왔습니다.
“자네 왜 이리 힘이 없는가? 어디 아픈가?”
“아무것도 아닐세. 그나저나 자네, 부엌일 잘하고 있는가?”
“그럼~ 부엌도 싹 고치고 주인을 위한 새로운 메뉴도 개발했다네.”
“부엌을 맡았으니까, 곳간 관리하는 친구 이야기는 들었는가?”
“아, 그 친구? 주인의 불필요한 물건을 잘 팔아서 큰 이익을 냈다지?
자네도 주인이 뭔가 맡기지 않았나?”
“맡기긴 뭘. 그냥 청소나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고.”
청소하던 종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누구는 곳간같이 중요한 곳을 맡기고 누구는 겨우 별 볼 일 없는 청소일이나 맡기고.”
“다 이유가 있겠지.”
“아니야, 내가 재능이 없어서 그래. 나이도 많고, 마땅히 시킬 것이 없으니 이런 일이나 시키는 것이지.”
“주인이 수백 명 중에 자네 딱 한 사람에게 맡긴 일이지 않은가.
주인이 자네 하나만 보고 그 일을 맡겼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주인이 오면 나 같은 건 신경이나 쓰겠나.”
청소하던 종은 빗자루를 던져놓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예전에는 주인 옆에서 일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심부름도 곧 잘하고, 여기저기 안 부르는 곳이 없었는데... 이젠 아무 쓸모 없는 인생이 되어 버렸네.’
잠시 눈물을 훔치던 종의 눈에 어린 종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당 창고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온 얼굴에 검댕투성이였습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아, 농기구들을 닦고 있었습니다.”
“주인께서 시킨 일이구나.”
“그게... 주인이 시킨 일이 아닙니다.”
“뭐? 그런데 그 일을 왜 네가 하고 있느냐?”
어린 종은 머뭇거리다 대답했습니다.
“이제 곧 주인이 오신다는데, 전 어려서 누구도 일을 맡기려 하지 않더라고요.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었어요. 뭐라도 하고 싶은데 할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농기구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평상시 사람들이 농사에 쓰고는 안 닦는 거예요.
그러면 금세 상하거든요.”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농사일을 쪼끔 해봐서 알고 있어요. 하여튼 할 일이 생각나니까 너무 신나더라고요.
나도 뭔가 주인을 위해서 할 게 있구나. 그래서 이렇게 천으로 닦고 있는 거예요.”
“천으로 닦는 것으로는 부족해.
이런 농기구는 바로 물로 씻은 다음에 젖은 천으로 닦아줘야 썩는 것을 방지한단다.
또, 기름 몇 방울을 묻혀서 한 번씩만 닦아주면 더 효과가 좋단다.”
“우와 어르신은 청소 박사네요. 정말 부러워요.
그래서 주인이 이 넓은 저택을 어르신께 맡겼나 봐요.”
종은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종은 어린 종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너도 멋진 일을 찾았어. 잘했어. 주인도 분명 아실 거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일에 충성하는 네 열심을 분명 알아주실 거야.”
“정말 저 같은 것을 알아주실까요?”
어린 종은 흙 묻은 손으로 코를 쓱 닦았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작은 일에도 충성하는 자가 큰 자야.”
그 말을 듣자 어린 종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습니다.
종은 말을 마치고 무언가를 찾는 듯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