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
장마 속에 해가 났을 때 난 이미 눈치챘다
너에게 편지를 쓰면 기뻐할거라고
그리고 이내 곧 숨가쁘게 답장을 보내올거라고
너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니
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온통 사실이었고, 그것이 나를 들뜨게 한다
사랑이 사랑이었다고
꼭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좋으련만
보여지고 드러나는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있으리
얼마만큼 있다가 만나야 우리의 사랑이
달뜬 것이라고 핀잔을 듣지 않을까
보고 싶다 말하는 것보다 마음이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나보다 더 푸른 네가 잘 알고 있을텐데
나는 너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 자랑하기 보다
언제나 네가 배고프지 않고
외로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도록
땅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샘물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네게 사랑의 빚진 자도 되지 아니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퍼부어 부담주는 사람도 되지 않겠다
오랜 광년 깊이 묻힌 원석처럼
너를 향한 사랑이 점점 깊어져만 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이해하는 쪽이
너라고 말해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