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인
-이정명-
몇 년 전 포털 사이트에 개인 블로그를 만들고 이름을 '향인' 이라 지었다. 향기( 香 )에 사람 인( 人 ). '스스로 제 향기를 풍길 줄 아는 사람. 자기 향기를 가진 사람' 이라 제목 아래에 적어 놓았다. 잠시 사용하다가 폐쇄해 버린 블로그지만 꽤 오래 고민하고 지은 이름이라 지금도 애착이 간다.
코를 찌르는 향을 오래 맡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오기 때문에 샤넬, 불가리 등의 향수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향수제품들은 몸 위에 덧뿌리는 일시적인 향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격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향이 그것이다. 그렇게 풍겨 나오는 향은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때론 진하게 때론 연하게 다른 사람에게 그 향이 전해진다. 가장 비극은 이 향이 너무 흐릿하거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유행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 외모도 바꾸고 삶도 바꾸어가는 사람들에겐 이런 향이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 는 말을 종종 듣는다.
성형수술로 점점 비슷해져 가는 일부 연예인들의 외모를 보며 그런 말을 하고 뚜렷한 신념이나 가치관 없이 그저 사람들에게 이끌려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그런 말을 한다. 나는 어떤 향을 가진 사람일까? 그 향은 과연 어떤 향일까? 나만 느끼고 내 만족에 취한 향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분 좋은 향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