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장석용-
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에 간다.
반가움과 아픔, 향수와 낯설음, 어지러운 감정들이 창문을 스쳐가는 풍경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간다.
깊은 생각에 빠져서인지 열차가 도착했는지도 몰랐다.
" 멍~ 멍~ "
" 조용히 안하나. 어? 우짠 일로 연락도 없이 왔노?"
어머니다. 여관방에 온 손님같이 머하게 서 있는 나를 어머니는 따뜻한 웃음으로 안아주셨다.
" 밥 무라. 여~ 앉아라. 김치 있는데 내려갈 때 갖고 갈래? "
벌써부터 가는 것부터 걱정이시다.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 나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어깨 위로 앉은 걱정, 근심의 무게를 아셨는지 그냥 말없이 보고만 계셨다. 식사도 맛있게 하고 오랜만에 어머니와 큰 방에 앉았는데,어머니께서 핸드폰 문자를 보시더니 서툰 솜씨로 답장을 보내려 하신다. 그런데 못 보던 안경을 쓰신다.
" 엄마~, 무슨 안경인데?"
" 글자가 안 보인다 아이가~ 이거는 집에 있을 때만 쓰고, 밖에 댕길 때는 안 쓴다. "
세월의 흔적인가? 평생 안경 한번 써 본 적 없는 어머니가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시며 돋보기를 쓰시는 기분이 참 묘하다.
돋보기.
세월이 밉다. 눈에 띄게 변해가시는 어머니를 보니 세월이 밉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지만 집안을 생각지 못하는 나 자신도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