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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by 날개단약속

20191021김신애-각도완성.jpg









처음으로 꽃꽂이를 배우게 되었다.
오랜 경험의 베테랑 강사님은 무심하게 ‘쿡쿡’ 오아시스에 꽃을 꽂는다.
5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입이 쩍 벌어지게 멋진 작품이 탄생하니 모두가 그 기술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수업 날, 동양 꽃꽂이를 하는 날이다.
동양 꽃꽂이는 여백과 각이 중요하다며 설명을 시작하는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메인이 되는 첫 번째 가지를 ‘영도’에서 꽂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영도면 오아시스 옆면에 눕히려나 했는데,
헉! 꽃꽂이의 영도는 우리가 아는 영도가 아니었다. 


바로 수직이었다. 하늘에서 바로 땅으로 꽂는 수직.
이유인즉슨 ‘꽃 중심의 각도’라 그렇다고 했다.
꽃의 입장에서 생긴 각, 식물 중심적인 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꽃도 아닌 내가 잠시 감정이입이 되면서 뿌듯해졌다.


가지를 정리해서 일정한 공식을 바탕으로 그러면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해 꽂기 때문에

꽃꽂이의 꽃은 수동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꽃을 중심으로 각이 만들어졌다니 내가 꽃의 입장이었다면 기분 좋았을 일이다.


꽃꽂이 꽃을 중심으로 한 각도를 이렇게 까지나 생각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는 ‘센터’ 욕심이 있나 보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생각해 보니 영웅이 이야기 영화나 책, 그리고 뛰어난 운동선수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인공이 되어 사는 그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 게 아닐까?


그러나 꽃꽂이의 메인 꽃만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메인 꽃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가 자기 자리에 쏙쏙 들어가면 더 없이 보기 좋은 꽃꽂이가 된다.

그러니 중심도 좋고 배경도 좋다.


굳이 세상의 중심이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나는 지금도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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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0/21/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