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요. 의자왕이여. 삼천궁녀와 술 파티나 벌이는 문란하고 부패한 왕으로만 알았어요. 백제가 망하게 된 이유가 전부 당신 때문인 줄 알았어요.
당신의 이름은 의자왕. 의로울 의(義)에 자애로울 자(慈)입니다. 이상했습니다. 왕의 시호는 그가 행한 행적을 보고 지어주는 것입니다.
주색에 빠진 방탕한 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요. 그런데 왜 백제의 후예들은 당신의 이름을 의롭고 자애로운 왕이라 지었을까요.
사실 당신을 기억하는 수많은 백제의 백성들에게 부모를 섬기고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 해동의 증자였고, (증자:공자의 제자 중 효성과 우애가 깊었던 제자) 직접 지방을 돌며 민정을 살피던 너그러운 군주였죠.
게다가 직접 군대를 이끌며 고구려에 빼앗긴 한강 유역도 찾고 (나중에 신라 배신으로 빼앗김) 신라에 빼앗긴 옛땅을 상당 부분 되찾죠.
당신은 백제를 정말 사랑했고 과거 옛 영광을 찾고자 몸부림치던 왕이었죠.
슬프게도 당신의 노력은 엉뚱한 곳에서 금가기 시작했죠. 자기의 부귀영화를 위해 신라의 첩자가 된 신하 임자, 의자왕이 최후까지 싸워가며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웅진성에서 왕을 배신하여 사로잡고 당나라에 항복해 버린 장수 예식진.
당신은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여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예들에게 조롱받았죠.
참 슬픈 건 아직도 내 아들이 보는 역사책에는 당신을 망국의 가장 무능한 왕으로 아직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서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삼천궁녀를 아직도 사실인 양, 떠들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함을 감출 수 없었죠. 이 모든 것이 글짓기 좋아하는 문인들의 상상 속 이야기임을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르더라고요.
이제 그 이름의 진짜 의미를 되찾기를 바래요. 당신이 얼마나 백제를 사랑했는지 얼마나 멋진 왕이었는지 이제 진정한 모습이 알려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