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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 박화선 -by 달리기

내 아버지

 

- 박화선 -

 


어릴적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분이셨다.
특별하다는 것은 여느 아버지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경운기 시동을 걸며 작업복을 입고 일하러 
나가시는 다른 아버지들의 모습을 내 아버지에게선 찾을 수 없었다.
밤이 새도록 홀로 앉아 염주를 돌리시며 인생길을 찾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몇 달 인생의 진리를 찾아서 집 떠나 오랫동안 방황 하시던 모습들.
오랜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얼굴은 야위었고 아주 낯설었다.
자연히 모든 집안일, 농사일은 어머니와 어린 우리 4남매의 몫이 되었다.


자라면서 수없이, 한없이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가정을 꾸리셨나요?"
"아버지! 우리 4남매 사랑은 하시나요?"
내 마음속에,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존재였을 뿐이었다.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전해져 오지 않는 그런 분이셨다.


내가 참 부러워했던 친구가 있었다.
다른 것보다 그 친구 아버지가 그 친구와 함께 다정히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었지만 내게는 상상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들이었다. 내겐 너무나 멀었고, 사랑을 느낄 수도 없었던
아버지가 어느덧 나이가 들고 약해지셨다. 영원히 번뜩이는 눈빛으로
살아갈 것 같았던 아버지가 말이다.


겨울, 저 파란 하늘마저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았던 그 추운 날.
새해라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왔다가 부산으로 다시 가는 길이었다.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께서 옷을 챙겨 입으시고는 내게 장갑을 주시고,
헬멧을 씌워 주셨다.


"택시도 다니지 않으니까 버스 정류장까지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마"
처음이었다. 아버지의 등에 기대어 본 것이...
그 추운 겨울바람을 아버지는 온 몸으로 맞으셨다.


"다 왔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아버지 얼굴을 보니 얼어서 빨개지다 못해 멍이
 든 것처럼 시퍼랬다. 매서운 바람에 눈물까지 흘러나와 눈가에 눈물이
얼어 있었다. 그리고 슈퍼에서 따뜻한 베지밀 하나를 사와 내게 주셨다.


"굶지 말고 다녀라. 아프면 빨리 병원가고, 전화 자주 하거라~"
내가 버스에 올라타서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버지는 그 자리에
 계속 서 계셨다. 작아지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가슴에서 뜨겁고 커다란
 무언가가 태양처럼 강하게 올라왔다.


지나온 세월들 속에 깊이깊이 감춰, 숨겨져 흐르던 아버지의 사랑이
 이내 솟구쳐 주룩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버지, 내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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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1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