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가 사치를 좀 부려봤어.”
신랑은 집에 오자마자 한마디 말을 던졌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슈퍼마켓 장보라고 시켰더니 사치를 부려?
저 사람 또 나 몰래 비싼 공구라도 샀나?’
내 눈동자와 어금니는 떨리기 시작했다.
눈에 레이저를 뿜으며 신랑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러나 사치 비슷한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야. 당신 보면 놀랄걸?”
급하게 시장바구니 안을 뒤져보니 아, 실소가 터져 나왔다.
“맞네. 엄청난 사치를 부렸네.”
그 곳엔 계란 한 판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주고 샀어?”
“10000원. 개당 330원꼴이잖아. 이게 제일 싸더라고.”
정말 한 달 만에 보는 계란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차라리 돼지고기 사먹겠다면서 연을 끊었는데,
신랑은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계란을 먹게 해주고 싶다며 큰마음(?) 먹고
계란님을 샀다고 했다.
계란 하나를 3∼400원 주고 사 먹을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가장 싸게 먹혔던 단백질 공급원이 가장 비싼 몸이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작년엔 쳐다보지도 않았던 계란인데 이젠 눈도 못 마주치겠다.
항상 그랬다.
옆에 있을 때, 가깝게 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멀어지면 그제야 아쉬운 소리를 한다.
‘있을 때 잘할 걸.’
나는 아들 둘을 키우다 죽을 것 같아 어서 빨리 컸으면 하는데
사람들은 지금이 가장 귀여울 때다, 엄마 말 최고 잘 들을 때다,
목소리 굵어지기 전에 실컷 안아줘 라고 말한다.
지금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 황금기라는 것이다.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지나면 무릎을 치며 아쉬워 한다는 그 황금기.
어쩌면 지금 이 순간순간이 모두 황금기 일지도 모르겠다.
우린 매번 때 지나면 무릎을 치며 그때를 아쉬워하니까.
“오늘 저녁 반찬, 계란 2개로 사치를 부려볼까?”
신랑의 말에 나는 또다시 웃었다.
역시 있을 때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