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반가운 영화 포스터를 만나게 되었다.
‘첫 키스만 50번째’
2004년에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실 원래 제목은 ‘50 First Dates’, 50번의 첫 데이트다.
뻔한 로맨틱 영화로 생각하고 봤었는데, 내용은 생각과 달랐다.
남자 주인공 헨리는 우연히 만난 여자 주인공 루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첫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데이트 첫날, 루시는 헨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파렴치한 놈으로 내몰고 있었다.
알고 보니, 루시는 1년 전 교통사고로 사고 당일에 기억이 멈춰버린 환자였던 것.
가족들도 포기한 루시를 헨리는 끝까지 도전한다. 매일 누구냐고 묻는 루시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매일 새로운 데이트를 시작한다.
루시의 기억에 헨리는 오늘 처음 만난 첫 데이트 상대지만, 헨리의 기억 속에 루시는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할 하나뿐인 연인이었다.
보통 영화라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서 루시가 헨리를 기억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잠에서 깬 루시가 일어나 낯선 환경에 놀라워하고 있을 때, 여전히 그 곁에는 헨리가 있었고
사랑스런 딸이 있었다. 끝까지 사랑을 지켜낸 헨리의 기적이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다.
두 사람을 보니 이 사랑이 마치 하늘과 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하늘과 그 사랑을 매번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들,
그래도 끝까지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하늘.
그 사랑이 있었기에 아나 모르나 우리는 사랑의 기적을 이루며 간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에게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딱 하나 신기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알지 못하는 한 남자의 꿈을 꾼다고 했다. 그가 왜 자신의 꿈에 나타나는지 몰라
그 얼굴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똑같은 얼굴에 다른 옷차림의 그림이 수백 장이었다.
우리도 분명 기억할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랑이 다 어디에 새겨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