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과 함께 워터 파크에 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핸드폰을 방수팩에 넣는 것.
그곳에서도 핸드폰은 필수였다. 두 아이가 나이도 다르고 취향도 달라 같은 공간에 있기 어려웠다.
그래서 신랑은 둘째와, 나는 첫째와 각자 활동을 해야 했다. 수시로 각자 위치를 문자로 알리면서.
어느 정도 실내놀이를 마치고 옥상에 있는 스파로 자리를 옮겼다.
스파에 앉아 따뜻함을 즐기는데 신랑이 핸드폰을 만진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흔들기도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안 켜진다는 것이다. 몇 분을 만지작거리더니 겨우 작동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내 핸드폰은 다행히 멀쩡했다.
나는 건너편에 있는 이벤트 탕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서는데 뭔가 뚝 하고 떨어졌다. 플라스틱 작은 부속품이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 몸을 돌리는데 핸드폰이 갑자기 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 방수팩 끈 조절 플라스틱이 분리되면서 핸드폰이 떨어진 것이었다.
방수팩 안을 보니 핸드폰은 괜찮았다. 그런데 끈이 풀려버리니 방수팩을 목에 걸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접었다 펼 일이 없으니 끈을 넣고 다시 접어야겠다.’ 허접한 방법이지만 다행히 고정됐다.
다시 방수팩을 목에 걸고 이벤트 탕으로 옮겼다.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지 하면서 방수팩을 들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찰방찰방? 뭔가 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방수팩 하단을 보니 으악! 물이 3센티 정도 찰랑거리고 있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열 감기 걸린 아이처럼 본체 전체가 뜨거웠다.
아, 방수팩이 문제였다. 아까 끈에 신경 쓰다 보니 방수처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을 그제야 인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신랑은 나에게 핸드폰을 낚아채고는 바로 배터리와 분리하고 응급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급히 수영장을 나와 핸드폰 수리 가게를 찾았다.
가게 직원은 침수 핸드폰이라 고칠지 못 고칠지 반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친다 해도 나중에 추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고려하라고 했다. 결국, 수리를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신상 핸드폰인데. 흑흑...
‘하나님 미워~’ 이런 생각을 할 법도 한데, 나는 신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은 나에게 징조를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신랑의 핸드폰을 통해, 방수팩 끈을 통해 너 조심하라고 분명 경고를 하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날따라 방수팩이 작아서 불안했다. 구명조끼 입다가 방수팩이 걸려서 쓸데없는 고생도 했었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H.W 하인리히는 1대 29대 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한 번의 대형사고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그 주변에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별거 아닌 것 같은 많은 일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사건이 터져야 무릎을 치며 ‘그게 징조였구나!’ 한탄한다.
신이 몇 발 먼저 알려줘도 나는 몇 발 뒤에서야 울먹이며 깨닫는다.
핸드폰이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알려줘도 못 알아먹는 내가 문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