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맘에 들지 않아 쓰던 종이를 확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모습.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장면인데 왠지 박력 있고 멋져 보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오늘 남편에게 "몸이 아프다." 하니 "신경 좀 그만 쓰고 마음 좀 편히 가져." 한다.
그런데 그만 내 마음은 확 구겨진 휴짓조각이 되어 휴지통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전혀 멋지지 않았다.
'아픈 건 민폐'라는 말을 들으며 건강관리에 대한 충고를 많이 듣는데, 실제론 운동을 게을리하다 보니
점점 '아프다' 소리하기가 궁색해진다.
급기야 생각해서 해주는 소리도 고깝게 듣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얼굴에 생긴 주름보다 더 심하게 마음이 주름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내 주관을 버리고 하늘의 마음을 받아 살고자 하는 기도는 매일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이 주신 감동과 깨달음에 눈물 흘리며 가슴 깊이 촉촉한 은혜의 단비가 내릴 때가 있는가 하면 어느 땐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거칠어진 마음결이 그대로 드러나 당황스러워진다.
늘 잊지 않고 나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기억하다가도 또 잊기를 반복하니 말이다.
약해진 몸을 위해 매일 운동하라는 충고를 무시하던 나의 고집스러움을 휴지 구겨버리듯 던져버리고
남편 말을 촉촉한 사랑의 단비로 받아들여야 했다.
메마르고 거칠어진 마음의 주름을 펴고 물광, 꿀 피부 같은 마음결로 가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