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옮기고 둘째가 다닐 어린이집을 급하게 알아보게 되었다.
컴퓨터 화면에서 어린이집 후보들이 자르르 나오는데 솔직히 머리가 아팠다.
‘원생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하나?’
‘시설이 좋은 곳으로 가야 하나?’
‘집 가까운 곳이 최고 아닌가?’
평소 음료수 하나를 선택해도 맛이나 가격, 건강, 취향, 색깔, 무게 등
쓸데없는 잡생각에 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나이기에 아이가 몇 년은 다닐 어린이집을 고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하나님이 은연중에 귓속말로
‘여기 어린이집이 참으로 내 마음에 옳도다.’ 이렇게 슬며시 흘려주시면 참 감사할 것 같은데,
아무리 훑어봐도 마음에 감동이 오지 않는다. 역시 직접 보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여러 가지를 훑어본 끝에 두 군데 후보가 나왔다.
한 곳은 원생도 60명에, 원장이 구 대표 원장이었고, 교육 잘 하기로 유명한 어린이집이고,
한 곳은 원생 20명에, 원장님은 내 또래 나이고, 아줌마 선생님이 가르치는 어린이집이었다.
남편은 말할 것도 없이 첫 번째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3층에 시설 좋고, 프로그램 좋으니 원장님이나 선생님들도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 같아
믿음이 간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두 번째 어린이집은 낡은 상가 건물 2층에 6개의 방을 쪼개서 운영하는데
비좁아 보이기도 하고 선생님들 나이가 많다 보니 좀 부실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두 곳 다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마음은 기울었지만.
첫 번째 어린이집은 역시! 우와! 대박! 이었다.
이미 마음을 빼앗긴 상태에서 영혼 없는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역시... 에휴... 참...
원장님 말씀에 건성으로 네~ 네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방에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수업을 마친 선생님들이 복도에 나와 대화를 하는데 그 목소리와 분위기가 무척 행복해 보였다.
피곤한 기색보다 활기가 느껴졌다. 선생님들이 까르르 웃으니 아이들도 까르르 웃는다.
다른 반 선생님이 다른 반 아이에게 장난도 치고, 메롱도 하면서 내가 지금 어린이집에 왔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어린이집은 웃는 선생님을 못 본 것 같다.
자체수업이 많아 아이들 수업준비로 밤 9시가 되어서도
집에 못 가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나는 생각이 깊어졌다.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더 중요할까?
결국, 나는 두 번째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왠지 저곳에 가면 우리 아이가 행복할 것 같았다.
선생님이 행복한 곳이라면 아이들도 당연히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행복도 전염이 된다고 하니까.
우리는 어떤 장소를 구할 때,
더 멋있는 곳, 더 위치가 좋은 곳, 더 넓은 곳...
물론 다 좋지만, 그 안에 사는 우리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정말 누가 와서 보더라도 천국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리 행복하지?’
이런 말을 듣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