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과 수컷을 분리했지만, 이미 임신한 토끼가 또 있었다.
토끼는 자기 털을 뽑아 미리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자기 털뿐 아니라 다른 친구 토끼털도 뽑아서 보탠다.
언제 저리 부지런히 털을 뽑아 놨을까?
몽글몽글한 토끼털 이부자리가 나무통 안에 마련되었다.
그러고 얼마 뒤, 하얀 이부자리 속에 뭔가 꿈틀꿈틀하는 게 보였다.
아! 드디어 태어났구나. 이번에는 잘 자라야 할 텐데.
지난번 새끼토끼는 모두 다 죽어 걱정이 많이 되었다.
어느 놈이 어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털을 뽑았지만, 워낙 털들이 많은지라 표도 나지 않는다.
네발 달린 동물처럼 젖이라도 축~ 쳐져 보이면 알 수 있는데,
토끼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같은 우리 속에 있는 성인 토끼가 무려 6마리가 있어 더 걱정되었다.
자기 새끼가 아니라고 물어 죽이면 어쩌나. 밟아 죽이면 어쩌나.
하지만 다행히 수컷이 없어 그런지 토끼들은 새끼들에 대해 다 호의적이었다.
10일쯤 지났을까?
얼굴이 마치 돼지를 닮은 새끼토끼 한 마리가 나무통에서 나와 있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말이다.
돼지를 닮았어도 어찌나 귀여운지.
정말 인형 같았다.
모두 보니 6마리였다.
1주가 지나니 제법 나와 돌아다니고 배추 이파리도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며 보고 있는데 또 다른 나무통에 수북이 털이 쌓여 있었다.
또 산모가 있단 말인가?
과연 출산의 왕은 토끼가 맞다.
어쨌든 무럭무럭 잘 자라는 토끼를 보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미소가 지어진다.
계속 늘어나는 토끼 수로 인해, 토끼 몇 마리는 밭에 방생할 계획이다.
워낙 철장 속에서만 지내 밖에 내놔도 돌아다닐 줄도 모르는 불쌍한 토끼들이다.
땅을 밟으며 사는 권리도 빼앗긴 철장 속 토끼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땅을 밟는 그 날.
정말 뛰어라, 토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