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무슨 풀이야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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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아차산에 오르는 길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메마른 흙 사이로 초록색 손가락들이 간들간들하다.
그 향긋함이 4월을 쏙 빼닮았다.
“엄마, 이게 뭐야?”
“이거 쑥이야.”
“엄마 그걸 어떻게 알아?”
“어렸을 때 외할머니랑 많이 뜯으러 다녔거든.”

엄마는 나와 동생을 낳고 몸조리를 제대로 못 하셨다.
몸은 너무 아픈데 병원 갈 형편은 되지 않으니 몸 고생 맘고생이셨다.
그때 누군가에게 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 보다.
내가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나를 데리고 광나루로 가셨다.
그 당시 광나루는 개발되지 않은 푸른 들판이었다.

마대 자루 두 개를 들고 광나루로 왔다.
엄마는 쑥을 하나 뜯어 보여주시면서 이런 거 뽑으면 된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를 치료한다는 막대한 사명감으로 쑥을 찾아다녔다.
오늘 쑥들아 긴장해라.

한 시간 정도 베었을까. 마대에 쑥 내음이 꽤 짙어진 것 같았다.
엄마가 수고했다면서 내 마대 자루를 살펴봤다.
그러더니 깔깔깔 웃으시며 마대 자루를 터셨다.
“엄마! 뭐 하는 거야!! 왜 버려!!”
“네가 뽑은 게 죄다 돼지풀이잖아.”
“뭐가 돼지풀이야~ 쑥이구만~”
“제대로 보라니까~ 잘 봐봐. 쑥하고 돼지풀이 모양은 비슷해.
그런데 쑥은 잎 뒤가 하얘. 그런데 돼지풀은 온통 녹색이잖아. 다르지?”

제대로 보니 엄마 말처럼 쑥과 돼지풀은 달랐다.
냄새를 맡아보니 쑥의 향내와는 비교도 안 되었다.
10초만 집중했어도 이런 고생 안 했을 텐데….
엄마 말을 흘려들은 것이 문제였다.
어쨌든 몸 고생한 덕에 쑥은 확실히 알았다.

“엄마, 그럼 이건 무슨 풀이야?”
들판을 여기저기 살피더니 아이가 물었다.
“어? 글쎄 모르겠는데.”
“저건 무슨 풀이야?”
“어…. 몰라.”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많은 풀이 제각기 모습으로 ‘나 몰라?’ 하는데 정말 모르겠다.
내 눈에 쑥 외에는 잡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옛날 엄마와 쑥을 캐면서 이래저래 좀 더 배울걸...

엄마가 이곳을 봤으면 어땠을까?
분명 두 손을 걷어붙이고 이 풀은 무엇이고 이렇게 요리하면 맛있고,
저 풀은 무엇인데 어디에 좋다며 즐거워하셨을 거다.
아마 그날 저녁 고소한 밥반찬으로 나왔을 터.

돌나물, 냉이, 달래, 미나리, 씀바귀, 취나물, 머위나물, 방풍, 장대나물, 엉겅퀴….
똑같이 바라보아도 아는 사람만 좋아한다.
그 손으로 봄 향기를 한 아름 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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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4/23/2020